“인버터 세계적 수준 도달… 이제는 수출이다”
트래킹·냉각기술 등 제대로 활용하면 효율 더 낼 수도
지난 24일 태양광인버터 전문기업 헥스파워시스템의 아파트형 공장. 생산부에서는 엔지니어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태양광산업 침체기라는 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눈코 뜰 새가 없단다. 태양광인버터 국산화 1호기업인 이 회사는 지난 4월 개정된 태양광 고시의 수혜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3개월 내 준공제 덕분에 단납기가 가능한 국내기업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고환율도 국산제품을 선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85%에 달하는 국산화율이 원동력이다. 김영록 헥스파워 연구소장은 “국산 인버터의 평균수준이 이렇다”고 말했다. 나머지 15%는 안전인증 등의 해외규격을 확보하는 문제다.
●‘작지만 큰 차이’ 기술장벽 높다
태양광인버터는 직류전원을 교류전원으로 변환시키는 장치로 전체 태양광시스템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0%에 불과하다. 그러나 태양광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어 인버터는 무시못할 영역이다. SMA코리아 이명배 사장은 “태양광시스템에 이상신호가 작동하는 경우 80~90%가 인버터문제다. 만약 인버터가 일주일 작동하지 않으면 일주일치의 전력판매비용을 까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민병권 부장은 “모듈이나 셀과 달리 인버터는 오히려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민 부장은 “오랜 기술적 노하우가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아무나 개발에 뛰어들 수 없다”고 했다. 국내외 인버터업체 중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중전기기에 뿌리를 두고 있거나 수십 년 동안 인버터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태양광인버터시장은 헥스파워시스템 다쓰테크 윌링스 현대중공업 등 국내업체와 SMA 카코 지멘스 등 해외업체들이 활동중이다.
헥스파워(www.solarlink.co.kr)는 올해 발주량의 50%이상을 이미 수주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연간 한계용량 도입과 3개월 준공 등 단납기 때문에 작년까지 다국적기업이 지배하던 시장을 역전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헥스파워는 3kW단상부터 250kW대용량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다쓰테크(www.dasstech.com)는 3kW형 단상인버터 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지난해 하반기 100kW를 출시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현대중공업(www.hhi.co.kr)은 250kW를 개발, 현재 음성공장에서 530kW실증단지를 만들어 운전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국내 실적 쌓기에 주력할 예정이다. 민병권 부장은 “실적 때문에 시장진입이 어려웠다”며 “가격적 경쟁력을 높여 반응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단가인하 여력이 있는 분야가 인버터”라고도 덧붙였다.
다국적 기업인 SMA(www.sma-korea.com)는 지난해까지 국내시장의 50%이상을 점유했다. 오래된 명성과 안정성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환율과 단납기로 인한 시장상황변화로 올해는 주력제품을 11kW용량으로 바꾼 상태다.
잠잠하던 지멘스(www.siemens.co.kr)는 최근 변압기를 장착하지 않은 중대형 태양광인버터를 출시했다. 무변압기형으로 최대 2%가량 효율을 향상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 내년 국산인버터 해외선적 시작된다
국내업체들의 해외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헥스파워는 올해 안에 UL인증을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5월에는 단상 3kW로 독일 의 TUV CE 인증을 받았다. 삼상에 대해UL과 CE인증을 획득하면 가장 가까운 대만 중국을 포함해 칠레 등 중남미를 우선 공략대상으로 삼을 예정이다. 이미 중국의 대표적인 태양광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는 상황. 김영록 소장은 “중남미 등 아시아권은 한국 기술력을 이미 인정하고 있다. 물꼬만 터지면 점유율을 넓히는 것에 자신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또 “일본 발전자회사들이 2012년까지 160MW 의무량을 채우기 위해 칠레 등 중남미를 타깃으로 원초개발형식의 대용량 태양광발전시스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몇 개 기업들이 대용량 인버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이 선점하기 전에 우리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프로젝트급 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과거 한중 신재생기술개발 협력사업에 따라 티벳에 우리기술로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었다. 중국은 땅을 제공하고 테스트베드 기회를 준 셈이고 이를 토대로 우리기술력을 검증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남미도 이런 형태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은 내년을 해외진출 원년으로 잡고 있다. 올해는 국내 실적쌓기에 주력하는 한편 10월을 목표로 TUV, UL인증을 획득할 계획이다. 민병권 부장은 “일본형 미국형 유럽형 등 각 나라별로 적합한 기술개발과 인증을 획득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변압기가 없는 타입은 진입이 어렵고, 일본 내 태양광시장은 주택용이 대부분. 이 회사는 일본이 특히 주택용도 4~5kW을 선호하고 있어 현지 기업과 협력 중이다. “일본의 특징이 자급자족하는 스타일이라서 일본업체와 협력해서 진출하는 것이 전략”이라고 민 부장은 덧붙였다. 다쓰테크도 일본시장 진출이 임박해 있다. 현재 세이코사와 5kW 제품테스트를 진행중이다.
● 트래커, 냉각시스템 사용… 효율 업
태양광시스템은 인버터 외에도 트래커시스템 시공노하우 냉각기술 등이 적지 않은 효율차이를 만든다고 발전사업자들은 말한다. 특히 트래커시스템은 최대 30%까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 발전사업자는 귀뜸했다.
태양광시스템은 평판형으로 고정된 것 외에 수동으로 조정이 가능한 경사가변형과 자동으로 태양의 방향에 따라 움직이는 트래킹시스템이 있다. 트래킹시스템은 또 단축과 양축 두가지 유형이 있다. 전북에서 800kW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 A사업자는 “경사가변형과 단축형트래킹을 적용하고 있다”며 “공사비가 7~8%정도 더 드는 만큼 효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센서가 고장날 경우다. 경북의 1MW발전소 B사업자는 “양축트래킹을 사용해서 효율이 높을 때도 있지만 고장이 나면 오히려 깎아 먹는 경우도 많다”며 “트래킹 안정성 기술이 관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트래킹시스템은 파루(www.paru.co.kr)가 시장을 리더해 나가고 있다. 모니터링을 통해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신생회사인 포스틴파워는 양단축의 장점만 살린 새로운 트래커를 개발해 실증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 제품은 일반적인 트래킹시스템과 달리 하나의 구동부로 모든 트래커를 제어하기 때문에 잔고장이 없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했다.
여름철 높은 열에 의한 효율저하도 태양광시스템 기술이 넘어야 할 장애물 중 하나다. A사업자는 “여름철 모니터링을 해보면 갑자기 발전량이 올라갈때가 있다”며 “물을 뿌려줄때”라고 했다. 25도씨 이상만 넘어가면 물을 뿌릴 경우 효율이 5~10%까지 올라간다는 것.
사람이 직접 물을 뿌리는 방법이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라면 모듈시스템 자체에 냉각기술을 적용한 제품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정에어테크닉(www.jungairtechnics.com)은 태양광모듈 뒤쪽에 물 또는 냉매를 넣어 모듈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65도씨 모듈온도를 45도로 유지하게 하면 기존보다 30%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발전사업자는 “양수발전소를 끼고 있는 발전소의 경우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일부러 히트펌프로 물을 끌어올려 사용할 경우 그만큼 비용이 발생한다”며 “지형적 조건과 기술적 안정성을 잘 따져 고려해볼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