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AR TRADE
2009. 1. 8. 01:08
‘태양광 기술’ 돌리고, 돌리고… |
업체 간에 ‘기술 유출’ 놓고 치졸한 소송전…수사 의뢰한 곳이 검찰 조사 받기도 |
|
|
|
|
 |
|
▲ 2007 대한민국 에너지대전에 전시된 태양 위치 센서 시스템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 모듈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태양광 업체들 간에 서로 기술을 빼돌리며 소송전을 펴는 치졸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벤처기업에서 만들어진 핵심 기술이 중견 기업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대기업으로 옮겨졌다 해서 업계에서는 지금 고소·고발 사태가 이어지는 등 진실 공방이 한창이다. 미래 산업의 동력으로 각광받는 태양광 사업이 건전한 기술 경쟁으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기술 빼돌리기 논쟁으로 진흙탕 속에 빠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사건은 2008년 말 동양제철화학이 퇴직 임원들을 상대로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자마자 경쟁사인 ㄱ사와 'ㄴ사의 임원으로 취업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동양제철화학측은 경찰에 은밀히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태양광 핵심 연료인 폴리실리콘 제조 기술을 담은 도면 상당수를 미리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하기 전에 박스에 담아 보관해두었다가 반출한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23일 이 회사 임원 출신인 이 아무개씨(51)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나머지 두 명의 임원 역시 현재 기술 유출에 혐의를 두고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동양제철화학 홍보팀 김경태 팀장은 “이번에 유출된 기술은 1조6천억원을 투자해 상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최근 해외로부터 1백10억 달러 상당의 수주를 받은 상황에서 기술이 유출되어 적지 않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들을 영입한 ㄱ사나 ㄴ사 역시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이들 두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이 빼돌린 기술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반입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동양제철화학 “그만둔 직원이 경쟁사에 취업해”
아직까지 유출된 기술이 두 회사로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두 회사 역시 한사코 “특정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라고 강변하고 있다. ㄱ사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속된 임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좋지 않은 일로 회사 이름이 거론되는 것 같아서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ㄴ사도 현재 경찰 수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처음으로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이 회사는 최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잇달아 수주하는 등 단기간에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간에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었다.
경찰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언급을 할 수 없다. 현재 유출된 기술이 문제의 임원들이 이직한 회사로 넘어갔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수사 중이다. 조사를 받고 있는 두 임원도 참고인 신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두 임원은 언제든지 기술을 빼돌린 혐의로 형사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에 조사를 의뢰한 동양제철화학 역시 현재 남의 기술을 빼돌렸다 해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5년 말 지분을 투자한 한 벤처기업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동양제철화학은 지난 2005년 12월 경북 영주에 위치한 코스닥 상장 기업 소디프신소재와 2백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소디프신소재는 폴리실리콘의 원천 기술인 모노실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공장을 지을 수가 없었다. 기술은 있는데 돈이 없어 제품을 상용화시키지 못한 것이다. 동양 역시 폴리실리콘을 신수종 사업으로 보고 당시 기술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디프를 발견한 것이다. 때문에 동양의 지분 투자는 양측의 입장에서 손해날 것이 없는 장사였다. 동양제철화학은 당시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2백50억원을 투자했다. 아울러 이영균 소디프신소재 총괄사장의 지분 중 1백20만주를 취득하는 등 6백억원을 투자했다. 향후 5년간 이영균 사장의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조건이었다.
기술 개발한 벤처기업 소디프신소재 임시주총 싸고도 공방전
문제는 2년5개월 후인 2008년 4월에 터졌다. 소디프가 “동양제철화학이 지난 2006년부터 계획적으로 기술을 유출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당시 검찰은 동양제철화학의 군산공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에서 퇴사한 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경찰에서 조사 중인 인사들과 겹쳐 있다. 때문에 소디프에서 유출된 기술이 동양제철화학을 거쳐 ㄱ사나 ㄴ사로 건너갔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소디프측도 검찰 조사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회사 박영준 상무는 “당시 동양제철화학에서 파견 나온 기술자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기술이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찰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원천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요청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동양제철화학측은 “사건 자체가 기술 유출과는 거리가 멀다. 엄밀히 말하면 경영권 다툼이 맞다”라고 말한다. 김경태 홍보팀장은 “회사에서는 그동안 소디프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임원들이 직접 내려가 경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럼에도 소디프 이사회는 동양제철화학이 선임한 조백인 대표를 해임했다. 명백한 경영권 분쟁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동양제철화학은 검찰 고발을 당한 7개월 후인 지난 2008년 11월 소디프측 이사 해임 및 동양제철화학측 신임 이사 선임을 위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소디프 이사회는 검찰 수사가 종료될 때까지 임시 주총 소집을 보류했다. 그러자 동양제철화학측이 지난해 12월8일에 대구지법 안동지원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이다.
이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팽팽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소디프측은 “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동양제철화학이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영진을 갈아치워 수사 중인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거나 고소를 취하하게 할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동양제철화학은 이미 소디프 지분 30% 이상을 확보한 대주주인 만큼 기술 유출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회사측은 “소디프가 검찰에 고발할 때도 그랬고, 현재도 동양제철화학이 최대 주주이다. 오히려 경영난을 겪던 소디프가 회사가 정상화되자 불필요하게 경영권에 욕심을 보이는 것 같다”라고 맞서고 있다.
|
|